'백신회의론자' 트럼프 행정부 입각 전망…과학계 술렁
R.F.케네디 주니어, 트럼프와 접촉…직책 제안받아
"백신=자폐증 유발"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운동가이자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2)에게 신설 백신안전위원회를 이끌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아동 백신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믿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과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엉서 논란이 예상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케네디는 1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한 뒤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이 나에게 백신안전·과학진실성 검증 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에 그러겠다고 답했으며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케네디는 "트럼프 당선인은 현행 백신정책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의 의견 자체는 중요하지 않지만 과학적 검증은 중요하다"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토론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은 접종받는 백신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트럼프와 나는 모두 백신사용을 지지하지만, 가능한 한 안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과 달리 케네디와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 백신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해 왔다.
케네디는 2014년 아동 예방접종용 백신에 주로 사용되는 수은을 함유한 보존제 티메로살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저서를 냈으며, 2015년에는 백신안전성을 설파하는 공중보건 당국자에 불신을 여실히 드러냈다.
케네디는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아이들은 예방접종을 한 뒤 39℃에 달하는 고열로 고생하다 쓰러져 잠들며, 3개월 뒤엔 뇌에 이상이 발견되곤 한다"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은 거의 홀로코스트(대량학살)와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백신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연관성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는 2014년 트위터에 "건강한 어린아이들이 의사에게 가 어마어마한 양의 백신을 주사받고는 시름시름 앓으며 돌아간다. 그리고 나서는 자폐증에 걸린다"면서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이같은 백신회의론을 전면 부인했다.
CDC는 최근 대다수 연구가 백신접종과 자폐증 유발에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고 보고 있으며, 2011년 미국 의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성인이 접종하는 8개 백신 모두가 "거의 예외 없이 모두 안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CDC는 2003년부터 9차례 연구보고서를 통해 "티메로살 함유 백신과 ASD 간에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으며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백신들도 아동 ASD와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만약을 위해 백신에 티메로살을 사용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어 왔다.
래닛 미셔리 조지타운대 가정의료학과 교수는 케네디의 등장이 백신회의론과 수년간 싸워온 의사들에게 거의 "악몽과 같다"면서 "불필요한 공포와 반(反)과학주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정권 인수위원회 측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폐증 위원회 신설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호프 힉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다양한 부문에서 논의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자폐증 위원회 신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단계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