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백신, ‘물백신’ 논란 종지부 찍나
정부, 전방위 효과성 분석 착수…심평원 청구 데이터 기반 1차 작업 시작
녹십자 수두박스주(수두생바이러스백신). 일선 개원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수두백신 중 하나이다. 정부가 수두백신에 대한 전방위 효과성 분석에 착수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함께하는 백신 효과성 분석은 처음 이뤄지는 사례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두백신에 대한 효과성 분석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 빅데이터를 이용한 효과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백신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백신 유효성 논란 대응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으며, 사전 작업을 위해 심평원의 청구 데이터 스크리닝에 들어갔다.
심평원 청구 데이터에서 질병관리본부는 백신제제별, 연령별 수두 질환 보고 등을 종합적으로 산출해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수두백신을 비롯,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수두 환자 증가세…‘면역원성의 한계’ 지적도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수두백신에 대한 효과 논란은 최근 서울대병원 오상돈 감염내과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오명돈 교수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발표한 ‘수두 예방 접종 프로그램의 효과 : 서울시 아동 대상에 대한 실험실 확인’ (Effectiveness of Varicella Vaccination Program in Preventing Laboratory-Confirmed Cases in Children in Seoul, Korea)에서는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백신 4종 중 2개 품목의 효과 검증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작성한 논문에는 537명의 수두환아와 같은 수의 대조군을 내세워 4종의 백신을 확인한 결과 2개 품목은 각각 88.9%와 71.4%의 유효성을 보여주고, 나머지 2개 품목은 사실상 효과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더해 국내에서 수두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수두는 법정감염병 전수감시 시스템에 포함된 질환 중 가장 많은 환자발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수두는 2005년 7월 법정감염병 지정 이후 2005년도 1934명에서 점차 증가, 2015년에 4만6330명이 신고되어 전년(4만4450명) 대비 4.2% 증가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의 집단발생보고가 많아 연령별로는 3-8세가 2만8710명(61.9%)으로 많았고 전체 환자의 약 91.0%가 12세 이하였다.
수두백신의 효과가 의심된다는 주장은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일부 의료진들은 다국적사가 보다 많은 타입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 HHV-3)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현재 허가 받은 백신들이 형성하는 면역원성이 실제 임상에서 바이러스에 잘 대응할 수 있는지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이 경우 바이러스 가역대가 넓은 백신 품목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백신을 평가할 때 기존 평가기준인 면역원성 형성률과 함께 백신의 실제적 유효성을 함께 체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면역원, 즉 항체가 생긴다 하더라도 수두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백신이라고 다 같은 백신이 아니”라면서 “같은 항체 대응이라 하더라도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개별 품목에 대해 허가 전, 혹은 허가 후라도 유효성 추적관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두백신 몰이해로 백신 불신 조장 우려
수두백신의 효과에 대한 의혹제기는, 그러나 ‘수두백신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진 상황’이라는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와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식약처가 소개하는 WHO 백신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최근 백신의 허가는 ICP(immunological correlate of protection)로 설명될 수 있다. 이를 살펴보면 개발이 오래돼 ICP 입증이 완료된 백신은 면역원성 형성률만 보고 백신 허가를 내줄 수 있다.
수두 백신의 경우에는 이미 개발이 오래된 백신이기 때문에 최초 백신과 2번째 백신 이후 3, 4번째로 개발되는 백신은 이중맹검 대조군 임상을 진행하고, 비열등성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하도록 가이드라인에 명시돼있다.
비열등성 방식은 이미 나와있는 백신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제품 효과를 보이면 된다. 이는 이미 국가예방접종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존 백신에 의해 임상 자원을 모으기 어렵다는 현실과 WHO 지침에 이미 기존에 널리 쓰여지고 있는 백신을 배제하고 새로운 임상용 백신을 접종토록 하는 방식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뤄졌다.
결국 현재 수두백신에 대한 허가 프로세스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2014년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백신의 항체생성율은 약 77~82%로 나타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연간 수두환자 발생률 또한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추산하는 2012년 출생아 기준 예방접종 대상자는 48만7693명이며 이 가운데 수두백신의 접종률은 97.3%, 47만4618명을 기록했다.
결국 환자 보고수는 4만명 이상이긴 하지만 그 비율은 10%에 못미친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하는 수두환자 산정은 의사환자와 확진환자를 모두 포함하는 내용으로 수두와 관련된 증상, 즉 발진 정도만 있어도 환자로 등록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도 “감염병 신고건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감염병의 실제 증가라기보다는 감염병 신고율 증가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고건수가 많은 수두에서 건강보험 청구건수가 감소한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가 백신 유효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데 대해 관계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두둔하면서도 NIP 프로그램 개선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백신을 연구하는 한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해지는 경우 또한 백신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면서 “백신 추가 접종 등의 방식도 NIP에서 고려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하지만, 세부적인 부스팅 방식 등도 함께 포괄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신문 안치영 기자 201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