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정책 7년째인데…"구제역 상존 가능성, 100% 방어 못해"
구제역이 '연례 행사'처럼 굳어지자 7년 차에 접어든 정부의 백신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구제역이 이미 국내에 상재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과 함께 백신의 부작용과 효능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최근 3년간 국내 가축 농가에서는 이른바 '자연 항체'인 NSP(Non-structural protein·비구조단백질) 항체가 꾸준히 검출됐습니다.
다만 지난 1월에는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NSP 항체는 백신 접종이 아닌 자연 감염 후 10~12일 이후 동물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항체입니다.
이 바이러스의 검출은 해당 농장이나 도축장 등 관련 시설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활동한 적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이러스 박멸'이 목표인 살처분 정책과 달리 백신을 놓는다는 것은 바이러스 상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증상은 없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배출되는 무증상 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현수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백신을 완벽하게 접종하더라도 항체가 골고루 형성되지 않고 면역력이 약한 동물 등 소수의 개체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무증상 감염 상태로 '스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NSP가 지속해서 검출된다는 것은 소수의 개체가 감염돼 있다는 뜻이고, 이는 백신 놓는 나라의 숙명"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구제역이 상재화 혹은 토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검역본부 산하 역학조사위원장인 이중복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도 "상재화됐다고 판단하려면 같은 바이러스가 꾸준히 발생했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동물 체내에 침입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바이러스는 1년 이상 생존하지 못하며,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도 잔존 바이러스가 아닌 해외에서 새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백신의 효능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감기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듯이 구제역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백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실제로 백신 제조사들도 자사의 백신 효능을 파악할 때 16마리 소에 백신을 접종한 뒤 3주 뒤에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강제로 주입하고, 이중 12마리만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면 효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애당초 100% 방어를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백신접종을 제대로 해야만 방어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교과서대로' 백신을 놓더라도 완벽히 방어하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국양돈수의사회가 지난해 발간한 '2016 구제역 대책 수립을 위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전체 출하되는 돼지 두수 가운데 이상육(異狀肉) 발생률은 백신 2회 접종군에서 73.7%로, 미 접종군(약 18.6%) 비해 4배 높았습니다.
또 연간 도축두수를 1천600만두로 가정하고, 1마리당 백신 비용을 2천원으로 가정하면, 2회 접종으로 인한 이상육 손실액은 2천780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소 농가에서는 유산을 우려하거나 젖소의 착유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우려해 주기적인 백신 접종을 꺼리거나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직접적인 부작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검역본부도 최근 백신의 이상 반응을 완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거론되는 백신 국산화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정현규 양돈수의학회장은 "국내에서 생산한 백신이 현재 사용 중인 수입산보다 효과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국산 백신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유형이 들어올 경우엔 얘기가 달라져 경제성의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대로 된 백신 접종과 함께 기본적인 차단방역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정 회장은 "농가에 알기 쉽게 백신 접종 방식을 알려주고, 백신만큼이나 차단 방역에도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농가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스 / 이종훈 기자 / 2017.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