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공황’>
“먼저 맞긴 하지만…” 의료진조차 백신불안감 전전긍긍
예방백신 접종 첫날
2009년 10월 27일, 문화일보
▲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학생들이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
“뭔가 문제 생기는 거 아닐까”, “어디 의사가 그런 소리를….”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가 대량 확산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최초로 예방백신 접종이 이뤄진 27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구로병원 본관 지하 2층은 백신을 맞기 위해 몰려든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접종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됐지만 30분 전인 8시30분쯤부터 접종실 앞에는 150여명이 긴 줄을 이룬 채 차례를 기다렸다. 지난 밤 야간근무를 섰던 직원들이 접종을 하고 퇴근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든 것이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일반 환자들과 다를 게 없었다. 접종을 기다리는 직원들은 ‘신종 인플루엔자A 예방접종 사전 예진표’를 하나씩 손에 받아들고 아픈 곳은 없는지, 달걀에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독감 백신을 맞고 쇼크가 온 적이 있는지 등을 묻는 예진표에 꼼꼼히 체크를 해 나갔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접종실에 들어서면 책상을 따라 이동하면서 체온검사, 문진표 확인, 신원확인, 의사에 의한 문진표에 바탕한 검진 등의 절차를 마쳐야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이날 접종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한 김우주(감염내과) 교수는 “예진표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 이상이 없는 경우 접종을 한다”며 “체온이 37.2도가 넘는 경우는 접종을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직원들의 호응도가 높다”면서 “직원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받겠다고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날 고려대구로병원에 도착한 백신은 총 1600도즈. 직원 1800여 명 중 접종을 원치 않는 인원과 신종 플루 확진을 받은 20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모두 접종을 하기로 했다. 병원 측은 교대근무 등을 감안해 이날 800여 명의 직원에게 접종하고 하루이틀 안에 신청자 전원에 대한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처음으로 백신을 접종한 손진국(31) 전공의는 “30분 정도 경과해 봐야 알겠지만 별 이상은 없는 것 같다”며 “백신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접종을 위해 복도에서 대기하던 보호요원실에서 근무하는 정해영(42)씨도 “환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먼저 맞기로 했다”며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접종하는 백신에 대해 불안하다는 반응도 여전했다. 접종을 기다리는 한 간호사는 “임상시험을 거쳤다지만 오랫동안 부작용이 없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라서 첫 접종대상이라는 게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병원 현관에서 만난 한 수련의도 “일부 과에서는 인턴들에게 일괄적으로 접종을 하라고 했는데 맞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