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공포 확산] 항원보강제 첨가한 백신,약효 둘러싸고 논란
2009-08-30 국민일보
신종 플루 백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백신에 항원보강제를 첨가해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안이 정부와 관련 제약사 사이에서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백신에 대한 약효 및 안전성 우려가 일각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신종 플루 백신 공급 능력은 최대 1000만도스다. 녹십자 전남 화순 공장에서 생산되는 국산 백신이 700만도스에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이 공급하는 수입 백신 300만도스를 합친 것으로, 1인당 2회씩 5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백신 물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 당국이 신종 플루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으로 상전한 우선 접종 대상자만 해도 1336만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모두 백신을 접종하려면 무려 2672만도스가 필요하다.
항원보강제를 사용해 백신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이 때문에 나왔다. 항원보강제를 사용하면 기존 백신의 효과를 2∼4배 키울 수 있어서다. 녹십자는 정부가 연내 생산 및 공급 목표 500만도스에 항원보강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경우 같은 기간에 최소 600만∼1200만도스를 더 생산해 부족한 백신 물량의 상당수를 채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항원보강제를 사용할 경우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백신 항원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접종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단축시키는 등의 이점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안전성. 그렇지 않아도 정상적인 임상시험 절차를 생략하고 사실상 '인체실험'이나 다름없는 백신 신속 공급대책을 세운 마당에 다른 성분까지 첨가하게 되면 백신 주사의 안전성을 떨어뜨리고 약효도 낮아지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항원보강제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첨가할 경우 1인당 2도스가 필요했던 백신이 1도스 또는 0.5도스로도 가능해질 수 있지만 약효가 반감되거나 뜻밖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신종 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임신부에게 태아 건강을 해칠 우려에도 불구하고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도록 권유하는 것처럼 백신도 항바이러스제 첨가 여부에 관계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많은 사람에게 접종시켜 대유행을 막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