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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열은 좋은 것이다 3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16-12-28 11:50:50    조회: 2,367회    댓글: 0


열은 좋은 것이다 3


 

  해열제 사용에 대해 

 

  ‘해열제 부작용이 무섭다던데.’


  이런 생각으로 아이가 열이 불덩이처럼 나는데도 해열제 하나 집에 안 갖다놓고 결국에는 응급실로 직행하는 분들을 여럿 봤습니다. 해열제 없이도 충분히 열을 겪을 수 있다는 믿음과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단순히‘ 해열제 무섭다던데’하는 이유로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버티는 것은 또 다른 미련함입니다.


  당연히 해열제의 부작용을 그냥 무시하면 안됩니다. 해열제의 작용원리는 위에서 설명한 설정온도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만약 40도로 설정온도가 되어있다면 39도나 38.5도 정도로 설정온도를 내립니다. 설정온도가 내려가니까 당연히 몸은 그 기준온도에 맞게 체온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 약효가 보통 4시간 정도 이기 때문에 4시간 지나면 원래 설정됐던 체온으로 돌아갑니다. 40도로 돌아가면 다시 해열제를 주는 방식으로 하루에 4~5번 이상 해열제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용법은 확실히 약물남용입니다.


  해열제는 시상하부를 건드리는 약이기 때문에 과량 사용하면 시상하부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열이 나는 원인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해열제를 투여하게 되면 열이 지속되는 기간을 늘리게 됩니다. 하루면 끝날 싸움을 삼사일 이상 하게 될 수도 있는 셈이죠.


  또다른 가능성은 해열제의 과다사용은 설정온도를 높이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시상하부가 처음에 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적 정보를 이용해서 가장 이상적인 체온이 40도 정도라고 생각하고 체온을 설정했다고 칩시다. 반복적으로 해열제를 사용해서 40도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면, 시상하부는 설정온도 자체를 올릴 수 있습니다. 40.5도, 41도 이렇게 말이죠. 우리가 한겨울에 집을 비워놓고 돌아왔을 때 추우니까 보지도 않고 <연속작동>을 누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겁니다. 과다한 생체보일러 작동으로 해열제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를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아이가 24개월이 지났으면 해열제 사용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을 좀 풀어놔도 됩니다. 부작용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열병에서 해열제의 역할은 편안함의 제공입니다. 편안함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적절하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독감같은 병으로 심한 열병이 삼사일 이상 지속되면 뭐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여러가지로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한 번 정도 잘 때라도 해열제를 써서 잠을 잘 자게 해주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써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쓸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 제대로 의사전달이 되는 방법이겠네요.


  물론 해열제는 생각보다 쉬운 약이 아닙니다. 적정량보다 조금만 많이 먹여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용량은 지시사항을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나이보다는 몸무게 기준으로 먹여야 하고 적게 먹였으면 적게 먹였지 절대 많이 먹이면 안 됩니다. 보통 시중에 아이용으로 팔리는 해열제는 타이레놀과 부루펜 2종류인데 대부분 타이레놀을 씁니다.


  만약 해열제를 먹였는데 토했다면 다시 먹이면 안 됩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고 토한 약은 그럴 이유가 있어서 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했듯 이 해열제는 꼭 써야 하는 약이 아닙니다. 토했는데 또 먹일 정도로 급한 약이 아닙니다. 얼마나 토했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또 정량을 먹이면 과다복용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토했을 때는 절대 다시 먹여서는 안 됩니다.

 


  두렵지 않은 육아를 위해


  적절한 보호는 건강과 생명에 도움이 됩니다. 찬 겨울에 얼음이 얼 정도로 달달떨고 살고, 일사병 걸릴 정도로 더운 여름에 그냥 등물로 버티는 것이 자연주의적 생활은 아닙니다. 적절하게‘ 편안’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닙니다. 

 

  열에 대해서도“ 열은 좋은 거니까 그냥 놔두자.” 방법은 진짜 고수나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고수가 되기 전에는 관장, 각탕, 겨자찜질, 따기 정도는 배워두고 실제 사용하여 편안하게 열을 겪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났고 독감이나 급체 등으로 이삼일 이상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해열제를 써도 됩니다. 그 전 개월 수라도 남용하지 않는다면 한두 번 쓴다고 큰 부작용이 생기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해열제 한번 썼다고 뭔 죄인처럼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데, 그럴 필요까지 있습니까? 해열제 퍼 먹이듯 먹이면서 키우는 애들도 다 멀쩡한데 말이죠.


  병은 모든 생명의 친구입니다. 한 번도 병들지 않은 생명은 아직 생명이 아니거나 이미 생명이 아닙니다. 열병 한 번 앓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는 아이가 아니거나 나중에 커서 그렇게 앓습니다. 청소년기 이상 지나서, 어릴 때 걸려야 하는 열병을 앓으면 후유증이 더 큽니다. 때마다 다 하고 지나가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고 걷고 뛰고 옹알이 하는 일처럼 열도 그런 겁니다. 옹알이 안 한다고 걱정은 해도, 옹알이 한다고 걱정은 안 하잖아요? 열도 그런 겁니다. 

 

이 글은 계간 "부모가 최고의 의사" 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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