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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열은 좋은 것이다 1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16-12-28 11:40:20    조회: 2,366회    댓글: 0


열은 좋은 것이다 1


 

  긴 글에 익숙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특히 아이들 먹이랴 청소하라 빨래하랴 일하랴 바쁜 요즘 엄마들은 지우개를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내 머리 속 지우개!
앞에 읽고 뒤로 넘어가면 까먹습니다. 그래서 기억할만한 것 하나를 골라 제목으로 적었습니다. 몸에서 나는 열은 우리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 갖고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글 다 읽고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아도 이것 하나만 기억하세요.


  “열은 좋은 겁니다.”


  열은 아이들 병의 주인공입니다. 아이들은 툭하면 열입니다. 감기에 걸려도 열나고, 체해도 열나고, 이가 나도 열나고, 열(스트레스) 받아도 열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나오잖아요? 쉽게 화면에서 안 사라지죠. 자기가 조연배우 팬이라고 주인공 빨리 들어갔으면 하고 기도해도 주인공은 계속 영화에 나옵니다. 이렇듯 아이들 키우면서 열은 우리 곁에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없애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없애지지 않는 겁니다.


  우리에겐 주로‘ 악역’으로 여겨지던 이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죠.


열이 생기는 원인


뇌의 시상하부라는 부위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몇몇 기능을 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열도 주로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통제하는데요. 에어컨이나 보일러로 치면 온도설정을 하는 곳이죠. 평상시에는 항상 일정한 온도로 설정되어 있죠. 보일러 20도로 설정해놓으면 그 온도까지는 알아서 돌고, 그 온도가 되면 더 이상 돌지 않죠. 에어컨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이렇게 일정하게 있다가 뭔 일이 생기면 시상하부의 기준온도가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뭔 일이 생긴 경우를 우리 몸의 장기끼리 대화한다면 이런 식일 겁니다.


  폐: 뭐 이상한 게 나한테 들어왔어.
  뇌: 그게 뭔데? 좋은 놈이야, 나쁜 놈이야?
  폐: 나쁜 놈인 것 같은데, 생긴 것도 그렇고, 아주 나한테 눌러붙어서 살려고 하는 것 같아.
  뇌: 위야, 간아 너희들은 어때?
  위: 그 놈 때문에 나도 불편해지기 시작했어.
  간: 바빠, 바빠. 갑자기 일이 너무 많아져.
  뇌: 알았어. 내가 처리할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 시상하부는 기준온도를 올립니다. 기준온도를 올리면 세포들은 그 기준온도를 맞추기 위해 열을 생산하고 밖으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시작합니다. 체온이 올라가면 몸의 전체 면역력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하고, 각종 장기의 기능들도 갑자기 슈퍼맨이 된 것처럼 좋아집니다. 날아다니기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외부의 이물질과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처리하는 과정이 열입니다.


  여기서 일반의학상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약간 갸우뚱할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반의학에서는 이물질을 처리하는 과정이라고는 설명하지만 노폐물을 처리하는 과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현대의학은 병이라는 것이 외부에서 뭔가 들어와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죠. 현대의학 교과서에는 병의 원인에 대해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병을 외부물질과 연관시키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 외의 현상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병은 외적 요인보다는 내적 요인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 열이 잦은 이유도 내적 요인에서 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열병 겪으면 보통 큰 병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른들도 열병 앓아본지 오래 된 사람이 많을 거예요. 왜 어렸을 때는 툭하면 열인데, 나이가 먹어서 다 자란 후에는 그런 일이 적을까요? 그것은 아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참 아기 때는 몇 달만 안 보다가 봐도 아기가 몰라볼 정도로 커 있죠? 이렇게 왕성한 세포분열의 시기에는 몸안에 잔열이 생깁니다. 열이 남는다는 말입니다. 엄청난 핵분열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항상 바다 옆에 만듭니다. 그 이유는 냉각수가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주변 바닷물 온도는 일반적인 평균 수온보다도 높다고 하죠. 냉각수로 쓰였으니 당연히 수온이 올라가 있습니다. 이렇게 수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주변 생태계가 변화한다고 하죠. 

 

  엄청나게 크는 시기에는 몸에 쓸데없는 열이 남습니다. 이 열을 한 번에 처리하는 과정이 아이들의 열입니다. 몸 이곳저곳에 쌓인 열을 처리하는 과정이죠. 이렇게 싹 청소해야 그 이후의 발전이 원활하게 됩니다. 열은 볼링경기의 스트라이크처럼 한방에 몸 전체에 있는 각종 병원물질과 노폐물질을 청소하는 몸 안의 거의 유일한 도구입니다.

 

  생체기계의 투박함과 현명함


  오랫동안 사람의 꿈은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것이었죠. 결국 사람은 비행기를 만들어 그 꿈을 이뤘어요. 비행기의 원리에 대해 배우고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비행기를 타면 여전히 희한합니다. 큰 쇳덩이에 수백 명이 타고서 하늘을 날다니 이게 말이 돼!
비행기를 비롯한 기계와 도구는 인간이 가진 몸의 투박함을 보완해 왔습니다. 말보다 빠른 차를 만들었고, 호랑이보다 무서운 총을 만들었고, 소보다 힘이 센 트랙터를 만들었습니다.


  몸은 위대하지만 투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문제를 일으키죠. 열이 높다는 것은 최신형 초강력 울트라 청소로봇을 사용해 구석구석 손 안 닿는 곳까지 깨끗하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초강력 청소로봇이 가끔 과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과열되는 것을 모를 때가 있는 거죠. 이 과열만 조심하면 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줄어듭니다. 열이라는 도구가‘ 초강력 울트라’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 청소로봇은 아무리 과열된다해도 외부에서 누가 망치로 때리기 전에는 절대 자신을 해칠 수준까지 과열되지 않습니다.


  몸이라는 생체기계가 아무리 투박해도 최소한 스스로를 해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습니다. 해열제 사용하는 등 어떤 치료를 하지 않아도 40.6도보다 체온이 높아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뇌에 문제가 생기는 온도는 41.7도입니다. 만약 이 이상 열이 올라간다면 외부적인 원인이 있는 일입니다. 

 

  미국의 소아과의사인 로버트 멘델존이라는 할아버지는 평생 환자를 봤지만 41도 이상 올라가는 경우를 본 적이 한두 건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이건 로또복권 1등 맞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때를 대비하여 살 필요가 없듯, 이 이상 열이 올라가는 일을 생각하여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하며 가뜩이나 많은 걱정에 걱정거리 하나를 얹으며 살 필요는 없습니다.


  시상하부는 절대 자기를 해치는 수준까지 기준온도를 올리지 않습니다.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있어서 이 기준온도를 정하는 시상하부라는 조절기가 망가지지 않는 한 말이죠.


  “신경계 문제면 어떻게 하죠?”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이런 걱정이 생기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드립니다. 생각보다 현대의학수준도 굉장히 투박합니다. 병원에서는 뭐 해줄것 같지만 중추신경계 이상에 대해 현대의학은 거의 손을 대지도 못할만큼 투박한 의료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중추신경계 이상이라고 해도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 로또복권 1등 당첨되면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으로 괜한 시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계간 "부모가 최고의 의사" 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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