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 감소에도 전염병은 줄었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로 외출 봉쇄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크게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 비해 2020년 3월의 백신 접종률은 53%나 하락했다.1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도 낮아졌다. 보건소에서 실시하던 백신 접종 업무는 코로나 사태 이후 대부분 중단되었다. 코로나 유행을 염려하여 외출을 꺼리면서 의료 기관 방문 횟수도 줄다 보니 백신 접종률이 하락한 것이다. 1/4분기 백신 접종률이 219만 7,756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298만 1,935건에 비해 26.3% 감소했다. 특히 노인과 영유아대상 백신 접종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국가 백신에 포함되는 1세 영아의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은 지난해 1/4분기에 총 37만 8,723건이 접종됐지만 올해에는 16만 2,597건에 그쳤다. BCG결핵 백신 또한 지난해 1/4분기 6만 9,979명이 접종받았던데 반해, 올해는 3만 735명만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DTaP개량형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백신도 지난해 13만 3,982명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올해 1/4분기에는 7만 4,690건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65세 어르신 폐렴구균 접종률도 줄어 2019년 1분기 18.2%에서 2020년 1분기 6.2%로 2019년 동기간 대비 1/3수준으로 감소했다.2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테드로스 Adhanom Ghebreyesus 박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나라에서 백신 접종률이 감소했으며, 이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3 우리나라의 의료전문가들도 지금까지 안정되었던 전염병이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4분기 법정 전염병은 지난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2020년 5월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는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신고된 법정 감염병 발생 현황과 추이를 분석했다.4 각종 전염병 발생 비율이 지난 해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백신으로 예방하려는 수두, 홍역, 백일해, 유행성이하선염, Hib, 폐렴구균 등의 질환도 모두 지난 해보다 감소했다.[표1]

  수두는 17~19년, 지난 3년간 4월 평균 6천 8백여 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2020년 4월에 신고된 건수는 수두는 1천 6백 여건에 그쳐 76%나 줄었다. 유행성이하선염은 지난 3년간 4월에 1천 7백 83건이 발생했는데 2020년 4월에는 8백 70건으로 51%가 감소하였다. 2020년 4월과 17~19년까지 지난 3년간 4월 발생 건수를 비교하면 A형 간염은 262건 vs 808건으로 68% 감소했다. 백일해는 6건 vs 23건으로 74%가 감소했다. 폐렴구균 18건 vs 60건으로 70%가 감소하였고 홍역 5건 vs 19건으로 76%가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크게 하락했지만 백신으로 예방하려는 전염병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2020년과 지난 3
년간 1~4월 누적 발생 건수를 비교하면 홍역은 13건 vs 52건으로 75%가 감소했고, 유행선 이하선염은 3천 4백여 건 vs 5천 19건으로 32%가 감소했다.
백신 전염병만 감소한 것은 아니다. 백신이 없는 성홍열의 경우에도 2020년 4월에 1백 88건 신고되었지만 지난 3년 동기간에는 1천 9백 27건이 신고되어 90% 감소했고 급성 호흡기감염증도 6백 49건 vs 1만 여건으로 94%나 감소하였다.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등도 4월 다른 3년 평균과 비교하면 30~60% 정도 감소하였다. 인플루엔자, 즉 독감도 다른 해보다 빨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인플루엔자 표본 감시 결과, 2020년에는 3월 27일 독감 유행주의보가 해제되었다. 지난 해보다 12주나 빨리 독감 유행이 종료되었다.

- 이 글은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에서 발행한 <부모가 최고의 의사> 29호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