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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간염 백신의 현황과 과제

작성자: 안예모님    작성일시: 작성일2017-01-02 14:36:38    조회: 2,694회    댓글: 0

  이 글은 계간 "부모가 최고의 의사" 11호에 실린 글입니다.  

 

 

공부합시다, 예방접종

A형간염 백신의 현황과 과제
 

 

»»김인순 (사무국장)

 

 

  올해 또 하나의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으로 편입됐다.

  이 백신은 기타접종으로 분류되던 A형간염 백신으로 5월 1일부터 보건소 및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되고 있다. 대체로 무료 접종을 반기는 분위기
지만, 환자 발생수와 국가경제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 확대 우선순위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A형간염은 다른 질병에 비해 질병부담률이 낮으며, 국민을 대상으로 사업의 타당성 및 방향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1


  전 세계적으로 A형간염을 기본 접종에 포함시킨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A형간염은 대변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를 음식물을 통해 먹어야 감염될 수 있는 병이기에 환경과 위생이 좋아진 현대에는 많이 사라진 병이다. 또한, 접종 대상인 아이들은 A형간염을 앓아도 증상이 약하기 때문에 굳이 접종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A형간염은 감염된 사람의 대변을 통해 입으로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감염되기에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오염된 음식물이나 완전히 조리되지 않은 음식이나 식수에 의해 감염된다. 감염자와 접촉한 경우, A형간염 발생률이 높은 나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 마약사용자, 만성 간 질환자, 남성동성애자 등이 감염 위험성이 높은 경우이다.


  A형간염에 걸리면 장염과 같은 배앓이와 구토, 황달 등이 나타난다. 6세 이하 아이들은 감염이 되더라도 70%가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나도 약한 장염 정도이고 한 번 걸리면 평생 면역을 보장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하긴 하지만 만성간염으로 가지 않으며, 대부분 2개월 내에 회복된다. 간혹 간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간 손상이 커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후유증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20~30년 전에는 어린이들 대부분 A형간염에 걸렸다. 이 병은 6살 이전 아이들에게는 70% 가량 증상이 없고 가벼운 병이기에 걱정스러운 병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어린이들은 덜 걸리는 반면, 성인은 A형간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어린이들이 주로 앓던 질환이었으나 환경 개선으로 A형간염이 줄고, 백신접종으로 아이들이 A형간염을 앓지 않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접할 기회도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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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은 30년간 연령별 A형간염 항체 변화를 보여준다. A형간염은 어린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성인에게는 증상이 심해지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성인기의 항체 부분이다. 예전에는 영유아의 항체가 낮고 아이들이 많이 걸렸지만 어릴 때 앓은 병으로 자연면역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는 백신접종으로 아이들의 항체율이 크게 올라간 반면, 청소년, 20대의 성인은 항체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20대 뿐만 아니라 30, 40대에도 A형간염이 유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1970년대 후반 서울지역의 A형간염 항체율은 20세 이상에서는 96~100%를 보였다. 1980년 초의 조사에서는 10세 이상에서 90%를 보였으며, 1997년 서울지역의 항체율은 20대에서 60~70%, 30세 이상에서 거의 100%였다.3,4,5 

 

  하지만 2000년 중반부터는 성인기의 A형간염이 크게 늘어났다.

  2004~2005년의 국내 연구에서는 20대의 항체율은 30~50%, 30대 70~90%로 떨어지더니6,7, 12~13년 연구에서는 20대가 10% 정도, 30~40대가 30% 미만의 항체율을 보여주었다.8,9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A형간염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20~30대 환자는 1만 6,195명으로 전체 환자의 72%를 차지했다.10 국내의 많은 연구에서도 2000년 이후 A형간염으로 입원한 환자는 20~30대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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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들어 A형간염은 매년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 2006년 지역적으로 유행을 보여 2천여 건 정도 발생됐다. 접종이 시작된 2007년 1년 후인 2008년에 무려 7천 9백건으로 증가하다가 점차 감소하여 작년의 경우 1천여 건 정도 발생하고 있으며, 성인기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A형간염이 과거에 비해 증상이 심한 성인기에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질병의 심각도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A형간염은 오염된 식수나 음식, 환자 접촉으로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의 특성상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이 고위험군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전투경찰을 조사한 연구에서 4만 7천 명의 전투경찰 중 A형간염으로 인한 환자는 매년5~7명에 불과했다.12 집단생활을 하는 군인들 연구에서도 5년 동안 발생률은 11명에 불과했고 호소하는 증상도 메스꺼움이 대부분이었고 심한 경과를 보이는 환자는 없었다.13 집단생활을 하는 경찰부대의 연구에서는 A형간염이 걸린 3명과 접촉한 이들 중 불과 4.3%만 증상이 나타났다.14 더구나 이 연구에서는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 중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없었으며, A형간염이 판명되었으나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국내 A형간염 백신은 2007년 말 도입되었으며, 보건당국은 아이들을 접종대상으로 삼았다.

 성인의 A형간염이 느는 이유가 소아에게 전염된 것이라고 보고, 백신을 통해 이를 막으면 전염을 저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의대상인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게 접종시킨다는 계획은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일뿐더러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백신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 사라져 증상이 심해지는 성인기에는 항체가 없다.
  A형간염은 개인 위생상태와 상수도 등 환경시설이 잘 갖추어지면 자연스레 예방할 수 있는 병으로, 대규모 백신접종 이전에도 사라지고 있던 질병이었다. A형간염을 걱정해야 할 이들은 병을 앓은 적이 없는 성인이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온 20~30대 젊은이들은 대부분 A형간염 항체가 없는 상태로 학창시절이나 군대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A형 간염을 접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어려서 A형간염에 걸리면 감기 정도로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이 된 후 걸리게 되면 위장 증상과 피곤감, 간 손상으로 인한 황달 등의 증세가 심해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15


  어린이들은 병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약하고 한 번 걸리면 평생면역이 보장되기 때문에 백신은 A형간염이 걱정되는 성인에게 접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성인 중에 간질환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속한 다면 면역검사를 통해 항체를 측정해서 백신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백신을 도입할 때 질병의 양상이나 심각도를 고려하여 백신을 채택하기 보다는 다른 나라의 백신현황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백신이 그러했듯이 A형간염도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 1997년에는 병이 크게 유행하지 않았고 증상을 약하게 겪는 아이들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백신을 도입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렇게 병에 걸려도 무해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인 어린이들에게 A형간염 백신을 접종했고, 항체가 사라지는 10년 후 이 아이들은 A형간염을 걱정해야 하는 예비환자군이 된다.


  보건당국이 A형간염 백신을 들여온 이유는 아이들에게 접종을 시켜 어른들의 병을 막아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하지만 성인의 간염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백신으로 항체가 지속되지 않는 지금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 더 걱정스러운 상황이 오게 된다.
  약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양이 투여되어야 한다. 국민의 보건을 위한다는 보기 좋은 핑계로 포장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경제적인 이유가 더 많이 내포되어 있는 현재 A형간염 백신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백신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부작용으로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참고문헌
1. “A형간염·폐렴구균 NIP 지정은 원칙에서 어긋나”, Doctor’s News, 2015.05. 15.
2. 청소년에서 A형 간염백신의 유용성 평가 연구, 김경효 외, 식품의약품안전처, 2013.
3. 대한민국 중부지역의 A형간염 항체양성률, 예방접종률 및 항체형성률, 윤승욱 외, 단국대 의과대, Korean J Gastroenterol Vol. 57 No. 3, 166-172,DOI: 10.4166/kjg.2011.57.3.166.
4. 서울지역에 있어서의 A형 간염 및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혈청역학적 조사, 홍원선 외, 대한내과학회지, 1982;25:19-26.
5. 서울지역 소아 및 성인의 A형 바이러스 간염 항체 양성률에 대한 역학조사, 양동운 외, 소아과 1999;42:180-5.
6. 국내에서 2005년에 실시한 연령별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보유율, 최혜진 외, 카톨릭대 의과대, 소아감염 제12권 제2호 2005.
7. 포항 지역 소아 및 성인의 A형 간염의 혈청학적 역학조사, 배순호 외, 한동대 의과대, 소아감염 제12권 제1호 2005.
8. 부산지역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에 대한 역학적 연구, 박소현 외, 보건환경연구원, The Annual Report of Busan Metropolitan city Institute of Health & Environment 22(1) 9~15(2012).
9. 강원 영서남부지역 주민의 A형간염 면역도 평가, 이은경 외,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보 25:25~33, 2014.
10. A형간염 치료제도 없다는데… “다 컸어도 백신 맞읍시다”, 서울경제, 2015.04.24.
11. 2004~2012년 국민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한 A형 간염 발생 양상 파악을 위한 시간과 공간 군집분석, 최성용, 한양대, 2015
12. 전투 경찰에서 A형 간염 발생률과 항체 항성률, 이정민 외, 국립경찰병원, 감염과 화학요법 제39권 제6호 2007.
13. Incidence and Seroprevalence of Hepatitis A Virus Infections among Young Korean Soldiers. Kang CI, Choi CM, Park TS, Lee DJ, Oh MD, Choe KW, J Korean Med Sci 22:546-8, 2007.
14. 집단생활하는 경찰부대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력 및 발병력 연구, 현희재 외, 국립경찰병원, 대한내과학회지 제80권 제1호 2011.
15. 10과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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