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계간 "부모가 최고의 의사" 6호에 실린 글입니다.
공부합시다, 예방접종
Hib백신은 뇌수막염을 줄이지 못했다 1
»»김인순 (사무국장)
Hib백신은 흔히 뇌수막염 백신으로 불린다. 이 백신은 2012년까지 기타접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80% 이상의 높은 접종률을 기록했고1, 2013년부터는 국가예방접종으로 분류되어 대부분의 아기들에게 접종되고 있다.
예전에 국가필수접종으로 불리던 예방접종은 현재 ‘국가예방접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분류도 많이 바뀌어서, 2013년에 Hib가 추가되고, 올해는 폐렴구균, 일본뇌염 생백신이 추가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BCG(경피용), A형간염, 로타바이러스,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제외한 모든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질병관리본부에서 Hib를 국가접종으로 채택한 이유는 5세 미만 소아에게 발생빈도가 높고 Hib로 인해 신경학적 후유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뇌수막염이 흔하게 일어나는 질환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Hib백신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 백신을 뇌수막염백신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좀 과도한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뇌수막염에서 Hib가 원인이 되는 비중이 극히 미약할뿐더러, 우리나라에서 Hib질환에 대한 발병동향도 제대로 조사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각각의 백신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는 질병 추이나 백신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즉, 어떤 병이 우리나라에서 유행을 할 우려가 있어 백신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백신을 일단 시장에 들이고 그 병의 위험성을 크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Hib 같은 경우에도 백신도입 전에 병의 추이에 대한 특별하거나 정확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백신을 도입한 후에도 접종 후 항체율 정도를 연구할 뿐이지 실제로 그 백신이 질병을 예방하는지에 대한 조사는 부족하다.
백신시장은 우리들의 상식선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병에 걸릴 우려가 높아 예방하기보다는 백신을 만들어놓고 이 병에 걸리면 위험하니까 접종하라는 식으로 두려움을 심어놓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Hib는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유형(Haemophilus influenzae type b)이라는 긴 이름의 병이다. Hib가 처음 발견된 것은 1889년이었는데, 이 때는 이 병이 독감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1930년대에 독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름은 계속 사용되고 있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는 피막형과 비피막형으로 나뉘는데, 피막형을 a형부터 f형까지 분류한다. 이름대로 Hib는 이중 b형에 해당되는 백신이다.
Hib질환은 후두염, 중이염, 부비동염, 뇌수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뇌수막염이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수막(뇌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뇌수막염의 80%정도는 바이러스성, 즉 무균성 뇌수막염으로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일주일 정도면 회복된다. 무균성 뇌수막염을 제외한 20%의 세균성 뇌수막염은 폐렴구균, 인플루엔자간균 등 세균이 원인이 된다.
Hib백신이 뇌수막염백신으로 불리지만, Hib로 치명적인 뇌수막염에 걸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 다른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Hib도 백신 도입 이후에 그 질병의 양상이 달라졌다. b형은 줄었지만, 다른 유형의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이하 Hi)나 비피막형에 대한 감염이 늘고 있으며, 일부는 이런 감염으로 심각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Hib로 인한 뇌수막염 발병률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아시아를 비롯한 우리나라는 낮은 편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5세 이하 소아의 10만 명당 연간 16~69명이 Hib수막염에 걸리며 아시아에서는 10만명당 1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라북도에서 99년부터 2001년도까지 5세 이하 소아 1,452명의 Hib수막염의 빈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만 명당 연간 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2
2008년 이환종3의 소아 소막염 연구를 분석해보면 전체 뇌수막염에서 Hi가 원인이 되는 경우는 6% 정도이다. 더구나 이 연구는 Hi 전체를 조사한 것으로 Hib로 인한 발병률은 더욱 낮아진다.